이십 대의 대부분을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내가 다닌 대학의 공대생으로, 우리는 매일 같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알게 되었다. 거칠고 투박한 외모와는 다르게 순정파였던 그는 첫눈에 반한 어떤 여학생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부탁으로 종종 연애상담을 해주곤 했는데 대부분은 마음을 접으라고 설득하는 입장이었다. 여러 번 거절을 당하고도 포기하지 않는 그가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짝사랑은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계속되었다. 그는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기다렸다가, 다시 혼자가 되면 슬그머니 나타나 어깨를 내어주는 식이었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