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야기

아직은 살만한 세상

나찬양 2020. 11. 20. 00:04

아직은 살만한 세상

 

한 우편물 집배원이 달동네에서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허름한 집 앞에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어 오토바이를 세운 뒤 종이를 살펴보니
수도계량기 검침 용지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지난달 수도 사용량보다 무려 다섯 배나 많은
숫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마음씨 착한 집배원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그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할머니, 수도 검침 용지를 보니까 아무래도 수도관이 새는 것 같아서요."

그러자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아, 지난달부터 함께 사는 식구가 늘어서 많이 나왔나 보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식들을 출가시킨 후 외롭게 혼자 살던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고 의지할 데 없는 노인 몇 분을 보살피며 같이 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그분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키고, 빨래도 해야 해서

이번 달 수도 사용량이 유난히 많이 나왔던 것입니다.

다음날부터 집배원은 점심시간마다 할머니의 집을 찾았습니다.
팔을 걷어붙이고 할머니를 도와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했습니다.

 

"좀 쉬었다 하구려, 젊은 사람이 기특하기도 하지."
"네, 할머니! 내일 점심시간에 또 올게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고 여느 날처럼 집배원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 집에 도착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대문 앞에 오토바이가 석 대나 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낯익은 동료들이 그를 반겼습니다.

"어서 오게. 자네가 점심시간마다 안 보여서...
이렇게 좋은 일을 혼자서만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앞으로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게."

 

 

 

 

작은 민들레 홀씨가 퍼져서 민들레 밭을 이루듯
우리의 나눔도 곳곳에 퍼져서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따뜻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탈무드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 자기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

오늘 오신 모든 분들에게 향수를 뿌려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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